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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Management

일하다가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이유

by 이야기숲스무고개 2024. 3. 21.

일하다가 내가 죽을 수도 있다

회사는 또다른 사회

현대 사회에서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위험한 수준일 수 있다. <급여에 목숨 걸기(Dying for a Paycheck)>를 쓴 제프리 페퍼는 이 현실은 회사에 전혀 도움이 안 되며 정부는 점점 커져만 가는 공중 보건 문제를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2016년 스마트폰기반 택시서비스 회사 우버에서 근무하며 억대 연봉을 받던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자살했고, 가족은 직장 스트레스를 이유로 꼽았다. 세계 최대의 증권 회사 메릴린치에서 근무하던 런던의 21세 인턴은 72시간 동안 한숨도 안자고 근무한 뒤 쓰러져 죽었다. 철강생산업체 아르셀로미탈이 인수한 제강소를 폐쇄하자 한 56세 직원은 3주 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가족들은 그가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고 한다.

유럽산업안전보건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발생하는 5천만 일의 결근일 중 절반 이상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이유 때문이다. 2015년 300개 이상의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로운 직장문화는 사망률에 영향을 끼치며 간접흡연으로 인한 발암물질만큼 몸에 좋지 않다.

해로운 직장문화로는 일과 가정의 갈등,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길거나 불규칙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근무시간 등이 있으며 미국에선 의료보험이 없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일터에서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병에 걸리기까지 하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의료비는 전 세계적으로 올라가는 추세고 업무 현장은 공중 보건 문제의 일환이 되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의료비의 4분의3이 만성 질환에 사용되며 전체 사망 원인의 63%가 비전염성 질환이다. 만성 질환은 흡연, 음주, 마약복용, 과식 같은 건강하지 못한 행동과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다. 여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터는 스트레스를 주는 큰 요인이며 보건 서비스 위기의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스트레스연구소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직장 스트레스로 매년 3,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다. 한 권위 있는 학술지는 해로운 경영 관행으로 미국에서 매년 12만 명이 더 죽고 의료비도 연간 1900억 달러가 더 든다고 추정한다. 직장이 주요 사망원인 중에서 5위다. 신장병이나 치매보다 높다. 영국 안전보건청은 2016-2017년 사이에 근무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으로 인해 손실된 근무 일자는 무려 1250만 일에 다른다고 보고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근로자에게 좋지 않은 직장 문화는 결국 회사에도 해를 끼친다. 긴 근무시간은 국가와 산업의 시간당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정리해고나 퇴직은 회사의 능률을 향상하지 않으며 유능한 직원이 떠나게 되는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 또한 퇴직금 같은 직접비용이나 이미 고객과 신뢰를 쌓은 직원을 잃으면서 생기는 간접비용 또한 발생한다.

내 일을 언제 어떻게 할지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많이 누리는 사람일수록 성취의욕도 참여의식도 높아짐을 수십 년의 연구는 보여준다.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이 퇴직할 확률이 높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며 직원이 이직하면 거기엔 비용이 따른다. 몸이 아프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은 건강한 직원만큼 능률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못하다.

이 같은 직장 현실은 더 악화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만 발생하던 해고는 이제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영국의 사모 펀드 3G 캐피탈이 식품 업체 크래프트와 하인즈를 합병하는 과정 중 제조과정을 통합하고 중복되는 부서를 제거하면서 20%의 인원이 감축되었다.

 

하루살이 경제로 인해 사람들은 다음 수입이 얼마가 될지 몰라 경제적 불안감은 높아졌다. 호텔이나 식당 같은 사업체들이 일정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계산한 인원만을 고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직원들의 수입은 들쭉날쭉이 되고 가족을 부양하기 힘들어졌다.

더 근본적으로 현대 지도자들의 생각 또한 예전과는 달라졌다. 1950 년대와 50년대만 하더라도 CEO들은 주주, 고객, 직원, 지역사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보았다. 이른바 '이해당사자 자본주의'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주의 수익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고용인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지도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듯하다.

직원간의 커뮤니티 중요성과 리더십을 지닌 상사와의 근무는 최고 조합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있다. 파타고니아, 콜렉티브헬스, SAS 애널리틱스, 구글, 존루이스 같은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다. 질로우 같은 회사는 기업문화의 새로운 본보기다.

휴가를 내는 것이 당연시되고 매니저들은 아무 때나 이메일이나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 사람들은 근무시간에 일하고 퇴근 후엔 쉬면서 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회사에선 숙소를 제공해 직원들이 일하면서도 가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직원들은 시시콜콜히 간섭받지 않으며 한 성인으로 대우를 받는다.

또한 이 회사들은 조직원에 대한 의무를 중시하는 개개인들이 이끌어간다. SAS 애널리틱스엔 비용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건강을 돌보는 최고건강책임자가 있다. 제조업체 배리웨이밀러의 CEO 밥 채프먼은 회사에 근무하는 모든 이들은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자 가족이라고 말한다.

파타고니아의 창시자는 <파도가 칠때는 서핑을(Let My People Go Surfing)>이란 책을 집필한 적이 있다. 경쟁이 심한 업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원은 근무 첫날부터 의료보험을 받으며 2주에 한 번씩 3일의 주말을 즐길 수 있다. 야외생활을 마음껏 즐기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연봉이나 진급 기회만 보고 직장을 고를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 지도자들은 이익만 계산할 게 아니라 인력의 건강상태도 측정해야 한다. 보건의료 문제해결을 하고 싶은 정부라면 일터에도 주목해야 한다. 직장이 사람들을 아프게 해서다. 그 누구도 급료를 받으려고 목숨을 걸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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