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가 비록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지쳤고, 그 영향을 감당하기 힘들었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번아웃 상태는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종종 나는 나 자신,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에게 번아웃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프리랜서로 먹고 산다는 것은 장시간의 노동과 멀티태스킹을 주로 의미한다. 나는 일년에 몇 번 '창의적인 벽' 같은 곳에 부딪히는 느낌이 든다. 좋은 아이디어는 동이 났고 단지 낮잠이 너무 필요하다는 느낌. 나는 그것을 번아웃이라고 오랫동안 불러 왔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었다.
우리는 번아웃을 무형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번아웃은 우리가 정의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고, 우리가 느낄 때만 그것이 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번아웃됐다고 느낀다.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1년 이상을 보낸 코로나19 상황에서, 일반적인 느낌은 우리 모두가 그 벽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번아웃에 대한 과학적 정의와 그것을 측정하는 기준은 존재한다. 그 기준에 따르면, 나를 포함해 자신이 번아웃 상태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번아웃 상태가 아니다. 그렇다고 번아웃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정확한 번아웃 측정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개인과 조직이 너무 늦기 전에 경로를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번아웃에 대해 사실과 틀린 정보
1981년 UC 버클리대 심리학 교수인 크리스티나 매슬라크는 번아웃 상태를 정의하고 측정하기 위해 '매슬라크 번아웃 인벤토리(MBI)'라는 목록을 만들었다. 매슬라크는 "어려운 점은 사람들이 이 용어를 서로 다른 의미로 쓴다는 것"이라며 "입에 착 붙는 용어라 사람들이 모든 것에 이 단어를 적용한다. 우리 모두 같은 언어로 말하는 게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MBI는 번아웃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 3가지 기준을 적용한다. 탈진 또는 총체적인 에너지 부족, 직업에 대한 냉소 또는 부정적 감정, 직장에서의 능률 또는 성공 감소 등이다. 응답자들은 이 3가지 영역에서 높은 긍정적 점수에서 낮은 부정적 점수를 받는다. 과학적 의미에서의 번아웃에 해당하려면 3가지 영역 모두에서 부정적 점수가 필요하다.
매슬라크는 "한 가지 척도에서 부정적 점수가 나오면 번아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MBI를 잘못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노바 스코샤에 거주하는 조직 심리학자이자 매슬라크와 함께 '번아웃에 관한 진실'을 쓴 마이클 리터가 덧붙였다. "'번아웃과 탈진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는 것이 번아웃에 대한 가장 큰 오해다."
리터는 "사람들은 '번아웃'과 '피곤함'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지만, 이 두 가지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종 극도로 바쁜 스케줄로 일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예로 들었다. "의사들은 한밤 중에도 출산과정을 돕고 완전히 탈진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데려오고,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그 일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체력 싸움을 하고 탈진한 상태는 맞지만 번아웃은 아니다."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MBI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한다. 리터는 "'탈진한 사람들' 다음으로 큰 그룹은 일에 완전히 몰두하지 않는(not fully engaged)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직장에 가더라도 신나지 않다. 일은 그냥 돈벌이일 뿐이다. 또 다른 그룹은 냉소적이고 고객이나 일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이런저런 이유로 낮은 능률과 커리어 정체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은 이렇게 한 그룹에 속한 사람들보다 적다. 나 역시 3가지 조건에 모두 들어맞진 않는다. 나도 분명 탈진한 적이 있고, 일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심리적 이탈 상황(disengagement)을 경험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일을 사랑하고 내 일에 냉소적이었던 적은 없다. 과학적으로 정의된 '번아웃'은 탈진, 냉소, 능률 부족이 모두 필요하다. 우리 대부분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리터는 "번아웃은 유행병이 아니라 과잉진단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거나, 아무 이유도 없이 번아웃 관련 논의가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번아웃 성격을 가진 증상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확실히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인정했다.
번아웃은 이분법으로 가를 수 없다
번아웃은 넓은 범위의 스펙트럼이고, 우리 대부분은 그 위 어딘가에 있다. 올해 초 구직 사이트 '인디드'가 다양한 연령대와 산업군에 속한 미국 근로자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절반 이상이 번아웃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3분의 2 이상이 코로나19가 번아웃을 더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MBI를 사용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번아웃의 과학적 정의가 아닌 일상 대화에서 쓰이는 정의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매슬라크에 따르면 과학적 정의에서의 번아웃은 보통 10~15%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번아웃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 모두가 반대 극단의 긍정적 스펙트럼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매슬라크와 리터는 최근 연구에서 업무 과중과 약간의 능률 저하, 약간의 심리적 이탈 등 중간적 상태를 새로 정의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고용인 절반 이상이 이 중 하나에 속하고, 이 중 한 분야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들은 아직 번아웃 상태는 아니지만 번아웃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리터는 여러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코로나19는 상황을 더욱 악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특히 효율성 문제가 심각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교사들은 학생들을 계속 가르치려고 고군분투했지만, 성취감을 느끼진 못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자신들이 이전과 같은 선생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이는 사기를 떨어뜨린다.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낫지만 코로나19와의 싸움 초기에는 감염병 대응 규범이 없었고, 당시 그들이 한 일은 모두 틀렸었다."
팬데믹 경험으로 번아웃 관련 데이터도 바뀌었다. 지난해 3~6월 영국, 폴란드, 싱가포르에 있는 의료 종사자 3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MBI와 유사한 번아웃 설문을 진행한 결과, 번아웃 비율은 약 67%에 달했다. 매슬라크에 따르면 직종을 망라하고 종사자의 약 10% 내외가 실제 번아웃 상태이지만, 그는 코로나19 이후 이 비율은 "확실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율이 현재 20%에 가까워졌다고 믿는다.
이것은 큰 문제다. 진짜 번아웃은 휴가나 건강 회복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터는 "사람들이 정말 극단으로 치달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직장에 돌아가거나 같은 종류의 일을 다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직업을 바꿔야 할 수준이 된다. 번아웃은 아주 깊게 진행되는데, 회사 건물이나 그 비슷한 건물에 들어가는 느낌조차도 다시 번아웃에 빠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번아웃 측정이 중요한 이유
전반적으로 번아웃을 피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숙련된 노동력이 필요한 직종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MBI, 그리고 이와 유사한 테스트가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되는 지점이다. 사실 내가 진정한 번아웃을 겪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유익했다. 나는 내가 실제로 느끼는 것(업무 과중)을 평가할 수 있었고, 무엇이 그것을 야기하는지, 또 내가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번아웃 측정의 핵심이다. MBI는 번아웃을 진단하거나 그 존재를 배제하는 게 아니다. 매슬라크는 "사실 MBI는 진단 도구가 전혀 아니다. 사람들이 진단 도구인 것처럼 오용해 왔지만 실은 연구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MBI는 개인을 대상으로 수행하지만, 실제론 개인의 환경을 측정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는 "부정적 점수가 나온다고 그 개인이 문제란 의미는 아니고, 그 개인이 반응하는 대상이 문제"라고 말했다.
"당신은 번아웃이 누구에게 일어나는지 알아내려는 것이 아니라 '왜' 일어나는지 알아내려는 것이다. MBI는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데이터와 함께 사용해 왜 점수의 패턴이 그러한지 설명하려는 것이다. 이 점수는 경고 신호로 사용돼야 한다." 어떤 조직이 스펙트럼의 부정적 극단에 있는 점수를 받는다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요가 수업이나 심신 안정을 위한 명상 세미나를 제공하라는 뜻은 아니다.
매슬라크는 "일은 더욱 힘들어지고,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승진하지 못하거나 직장을 잃을까 두려워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 적은 투입으로 더 많이 일하는 것이 기업 문화의 핵심인데, 이건 사람들이 가장 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셀프 케어' 산업이 이런 스트레스 대처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번아웃을 예방하거나, 줄이거나 또는 없애기 위해선 사람들을 고칠 것이 아니다. 일 자체를 고쳐야 한다"고 했다.
매슬라크는 "MBI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 상태인지를 측정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신 업무량이 과도한 곳을 알아내고, 이 정보를 사용해 직원들의 업무 통제권을 높이고,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도구와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번아웃 상태에 이르지 않게 말이다.
"'열기를 견디지 못하면 부엌에서 나가라'는 옛말이 있다"고 매슬라크가 말했다. 우리 주장의 핵심은 왜 열기의 정도를 바꾸지 않느냐는 것이다. 부엌을 다시 설계하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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