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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 Life

디지털시대 성교육 어떻게 하는것이 좋을까

by 이야기숲스무고개 2024. 4. 9.

디지털 시대 성교육 어색할 필요가 없는 이유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 그만큼 성에 관해서 쉽게 접할수 있는 도구는 많아졌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겐 사랑과 성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믿음직한 존재가 필요하다. 영국의 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부모로서 어떻게 올바르게 접근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학교 성교육 시간에 거의 통과의례에 가깝게 콘돔 비닐을 벗겨 바나나에 씌워보지만, 우리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27세가 돼서 비로소 기회가 생겼지만 학생이 아니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콘돔 사용법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교사로서 배우는 입장이었다. 다른 신규 교사 15명과 함께 한 손에는 바나나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교육 받았다.

 

컴퓨터 화면 속 강사는 우리에게 "때론 향기로운 콘돔을 사용한다"면서 "일반 콘돔보다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강사는 잠시 멈추고 우리의 표정을 살폈다. 예상했던 것 보다는 덜 수동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더니 "(콘돔 사용법을 가르칠 때) 어색하다거나 불편한 듯한 표정을 짓지 않는 게 중요하 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콘돔 착용을 권장하는 입장에서 이들이 콘돔을 보고 그런 감정을 느끼면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많은 부모들이 자녀와 성에 관해 얘기할 때 이러한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물론 성교육에 대한 태도는 국가나 가족 별로 매우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 부모들의 성교육에 관한 연구를 검토한 결과 당황스러워하거나, 혹은 성교육과 관련된 자신의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한 건 아닌지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와 스웨덴과 같은 국가에선 부모들이 자녀들과 어릴 적부터 성에 대해 공개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때문인지 10대 청소년의 임신 및 성병 감염 비율이 영국 내잉글랜드나 웨일즈 지역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와 성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익숙치 않다

자녀와 성에 관해 얘기하기 어색한 부모들은 고충이 많다. 특히 현재와 같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점점 더 어린 나이에도 온라인 음란물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자녀들이 언제든지 부모에게 성과 관련된 질문과 고민을 품고 다가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 해주고 싶지만, 언제 그리고 어디서부터 성교육을 시작해야 할지 난감할 수도 있다.

부모와 자녀사이에 성에 관해 얘기하는 것에는 어색함이나 불편함을 느낄수도 있다

에바 골드파브 미 뉴저지주 몽클레어 주립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2020년 지난 30년간 이뤄진 성교육에 관한 체계적인 문헌 검토 논문을 공동 집필했다. 비록 논문 자체는 교내 성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골드파브 교수는 이번 연구가 부모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우선 올바른 성교육은 건강한 관계 형성 등 삶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골드파브 교수는 부모들에게 성에 관한 대화를 건너뛰거나 미루지 말라고 조언했다.

 

"생각보다 일찍 (성교육을) 시작하라"는 골드파브 교수는 "아주 어린 자녀와도 신체 각 부위의 명칭과 기능뿐만 아니라 신체에 대한 애정과 통제에 관해 얘기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성교육'에는 부모들이 성과 관련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내용들, 예를 들어 "자신이 원하는 걸 언제나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친절과 존중으로 사람을 대하라" 등 신체와 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녀가 어릴 때부터 이러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녀가 조금 더 커서 성에 대한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더 수월하다고 한다.


어린 자녀의 질문에 열린 태도로 솔직하게 답하다 보면 더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긍정적인 대화 패턴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단계적 접근법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출생과 정체성 이해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있다.

 

예를 들어 정자 기증을 통해 탄생한 아이들 중 부모가 책이나 스토리텔링으로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해준 아이는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아이보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성에 대해 자녀와 이야기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부모들을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을까.

 

부모로서 자신의 성교육 되돌아보기

잘못된 성 관념 및 정보를 폭로한 책 '잊어버리기'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성교육 강사 수십 명을 인터뷰했지만 올바른 성교육의 출발점에 대한 의견은 거의 만장일치였다. 바로 다른 사람을 교육하기 전에 자신의 지식수준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연구와 조사에 따르면 성인이라 할지라도 성과 신체에 대해 자기 생각만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잘못된 관념이나 추측에 근거해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처녀막 상태를 통해 성관계 유무를 알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이처럼 성에 대한 부모의 기본 지식수준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많은 부모들은 자신들이 성에 관해 지식 혹은 설명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자녀들과 성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약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부모들이 성과 성교육에 관해선 양호한 지식수준을 보였지만, 아동 발달 등과 관련해선 비교적 부족했다. 게다가 나미비아에서 진행된 연구의 응답자 중 일부는 성을 금기시하거나, 성에 대한 담론이 미성년자의 성관계를 장려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성에 대한 이야기를 피한다고 답했다.


사실 아이들과 성에 관해 얘기하면 아이들이 나이에 맞지 않은 생각을 하게되며, 성적인 경험을 추구할 것이라는 믿음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흔하다. 이는 혼전 금욕이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믿음과 이어지곤 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그 반대였다. 십대들에게 단순히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 해서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학문적인 논거를 들어 오직 금욕을 외치는 성교육은 "비효과적"이라고 밝혔 다. 또한 포괄적인 성교육이 오히려 청소년 임신 및 성병 감염 위험을 예방하고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네덜란드와 스웨덴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부모가 성에 관한 이야기를 미루면 아이들은 잘못된 정보에 노출된다

사실 부모, 그중에서도 특히 어머니가 10대 자녀들에게 성에 관해 얘기한다면 자녀의 첫 성 경험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성관계 시 더 안전하게 행동하게 된다. 특히 딸은 이러한 경향이 더두드러졌다. 또 가정에 대한 영국의 어느 연구에 따르면 자녀와의 성 관련 대화에서 아버지의 참여 또한 중요 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남자아이들은 성교육이 여자아이의 경험에 중점을 둔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부모가 자녀에게 성관계에서 '준비됐다'는 건 진정 무슨 의미인지, 성관계 시무엇을 고려해야 하지 등을 가르치면 자녀를 여러모로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 부모가 생각하는 성교육은 정확히 무엇인지 재구성해볼 필요가 있다.


핀란드 연구진은 '성(sexuality) 교육'이란 명칭 대신 '신체 감정(body emotion) 교육'으로 바꾼뒤 유아교육 전문가 및 부모들이 이 용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대다수가 새로 바뀐 명칭을 선호했다. 기존 용어 대신 "중립적이고 성에 대한 느낌이 희석된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성인이 함축적으로 느끼는 의미에서 자유로운 교육적 용어가 부족하다. 이는 아동 성교육의 촉진을 방해할 수 있다"면서 아동 중심의 단어를 사용하면 아동과의 성에 관한 대화가 더 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과 성에 관해 얘기할 때 기존과 다른 용어를 쓰는 건 억압, 회피, 완곡이 아니라, 성인들이 아이들만의 차이점을 인지하고 거부, 오해, 반대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용어 및 명칭 변화가 완벽한 해결책만은 아니다.


인도에서 진행된 어느 연구에선 '성교육'이란 명칭을 '라이프스타일 교육'으로 바꿨더니 성과 관련된 내용이 감춰지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했다. 또한 성 및 성발달에 관한 용어를 숨기거나 완곡하게 표현하면 원래 용어를 솔직한 대화에서 정상적으로 제시하기보단 자칫 용어에 수치심을 입혀 전달할 수도 있다.

자녀와 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다보면 생각보다 더쉽게 이야기를 풀어 갈지도 모른다

차근차근 단계별로

언제 어떻게 자녀와 성에 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궁금한 부모들은 학교 성교육 학습 자료를 참고해볼 수도 있다. 2016년 영국의 어느 연구에 따르면 학교의 아동 성교육용 교재를 접한 부모들은 훨씬 더 성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며, 자녀와의 성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기 더 쉬워졌다고 응답했다.


골드파브 교수 또한 부모들이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성교육 담당 교사들과 만나 학년 초에 자녀 들이 무엇을 배우게 될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유네스코((UNESCO)가 발간한 지침서 등 여러 학술적 증거를 기반으로 작성된 국제적인 성교육 가이드라인 또한 부모에게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유네스코의 가이드는 신체와 건강한 관계 등의 주제에 대해 뭉뚱그리기보단 분명하게 다루길 권장한다. 예를 5~8세 아동의 경우 "누구나 누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자기 몸을 만질 수 있을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하나의 분명한 핵심을 가르치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의 경우 자신과 타인을 책임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또래 압력에 어떻게 맞설 수있는지 등 정서적 건강을 둘러싼 담론을 나누는 것은 물론, 콘돔 및 피임 수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까지 다룰 수 있다. 한편 중요하지만 성교육에서 상대적으로 거의 다뤄지지 않는 요소가 있다.


바로 쾌락이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성관계에 대한 쾌락과 즐거움까지 다루는 성교육이 더 안전한 성습관을 장려할 수 있다고 한다. 무방비한 성관계의 위험성에 대해서만 다룬 성교육보다 성적인 쾌락 성취까지 가르치는 성교육을 받았을 때 콘돔 사용에 더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해당 연구의 저자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 박사 과정 학생인 미렐라 자네바는 "콘돔 사용이 어떻게 재미있을 수 있고 파트너와 연결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등 보호 이상의 긍정적인 측면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네바에 따르면 성교육에선 쾌락이 별로 언급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학교 성교육에서 쾌락을 다룰 가능성을 고려해볼 때 부모로서 자녀에게 쾌락에 관해 얘기해주지 않으면 자녀는 아예 관련해서 교육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네바는 "이는 많은 학생들이 성에 대한 긍정적이며 자율적인 측면을 배울 가능성을 놓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에서도 언급한 공중 보건 단체인 '플레져 프로젝트'에선 성 담론에 어떻게 쾌락을 접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하고도 실용적인 팁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쾌락에 관한 대화를 통해 더 안전한 성관계를 장려할 수 있으며, 성에 대한 더 많은 지식과 긍정적인 태도를 심어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까지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입니다."

믿을만한 존재

보통 어린아이의 경우 주로 부모로부터 성교육을 받지만, 청소년들은 또래나 교사, 대중문화 등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얻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성에 관한 대화에서 부모만 불편한 건 아니다. 아일랜드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엔 부모의 성교육에 대한 무지와 당혹감이 공개적인 성 담론의 주요 장애물이었다면, 오늘날엔 자녀들이 이미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짜증을 내거나 심지어 방을 나가버리는 등 부모와 성에 관해 대화하기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성에 관한 대화를 피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대신 부모와 자녀 모두 편안함을 느끼는 방식으로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골드파브 교수는 "미묘하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거나, 말하기 어려운 주제를 꺼내고 싶을 땐 미리 자녀에게 알려주는 것도 좋다"면서 "미리 알려준다면 자녀들은 기습공격 받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며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불편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교육은 자유로운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 결국 성과 건강한 관계는 성인이 됐을 때 삶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한편 건강한 성과 관계 맺기의 여정에서 시작점에 서 있는 자녀들은 평생 지닐 가치, 습관, 우선 순위를 정의할 기회를 얻은 상태다. 단순히 성관계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신중하게 세상을 살아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리고 자녀와의 대화와 교육을 통해 부모로서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이 여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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