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보충제는 정말 괜찮은걸까
노년층이나 근육을 키우려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한다.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건 몸에 유익할까?
동네 건강 식품점에 갈 때면, 항상 미스터리 같은 코너를 하나 보게 된다. 흰색 플라스틱 통 수십 개가 쌓인 '단백질 보충제' 코너다. 뿐만 아니다. 헬스장에선 "운동할 때 보충제 한 숟가락을 우유나 스무디에 타먹으면 근육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며 보충제를 찬양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있다.
오늘날 단백질 보충제의 인기는 보디빌더와 프로 운동선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단백질 보충제의 실제 효과를 따져볼 만한 이유다.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방식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단백질 음료를 간식으로 먹거나, 바쁠 때식사 대용으로 먹는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며, 보충제로 단백질 섭취 량을 늘리기도 한다. 수요가 많다 보니, 시중에는 굵은 글씨로 단백질 함량을 표시한 상품들이 수백 종씩 출시되고 있다. 시리얼바,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단백질 함유량 역시 제품별로 다양하다. 보디빌더용 제품의 함유량이 가장 많다. 보충제 분말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한 것도 있고,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것도 있다. 동물성 원료는 달걀이나 우유 등이다. 식물성 원료는 콩과 감자, 쌀 등이다. 그리고 어떤 제품은 맛을 좋게 하기 위해 향료를 넣는다.
이렇듯 단백질은 거대한 비즈니스가 됐다. 그렇다면 실제로 단백질 보충이 필요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의심의 여지 없이, 단백질은 우리의 필수 영양소다. 단백질은 근육을 생성하고, 손상된 근육을 치유하기 위해 필요하다. 뼈를 튼튼하게 하고 면역 체계를 유지하며 두뇌와 심장, 피부가 필요한 기능을 수행할 때도, 단백질이 있어야 한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달걀과 우유, 요거트, 생선, 렌틸콩, 육류, 콩, 견과류, 씨앗 등이 있다. 소득이 높은 국가에 거주하는 성인 대다수는 보건 당국이 권장하는 일일 단백질 섭취량 이상을 먹고 있다. 예컨대 49개의 연구를 메타분석(개별 연구결과들을 통합해 정밀성을 높이는 연구 방법)한 결과, 관련 연구가 시작된 무렵부터 사람들이 식단을 통한 먹는 단백질 평균 섭취량은 미국과 캐나다의 권장량보다 75% 이상 많았다. 하지만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의 스튜어트 필립스 등 일부 학자 들은 "이러한 권장량이 모든 이에게 맞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각 개인에게 필요한 단백질 양은 얼마일까
정확히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에 대한 답은 나이와 건강 상태, 운동 루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표준 권장량이 어떤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노인이 식욕이 없어 식사를 적게 한다면, 식단을 통한 단백질 섭취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 또한 전문 마라톤 선수라면 일반 성인보다 더 많은 단백질을 먹어야 할 것이다.
식단을 통해 섭취하는 단백질
식단을 통해 섭취하는 단백질이 근육을 만들고 뼈를 튼튼하게 유지하며 면역 체계를 지켜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단백질은 많이 섭취할 수록 좋을까? 단백질 섭취량을 조금 더늘리는 게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까? 아니면, 이런 식으로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게 문제가 될수도 있을까?
이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실험이 있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단백질 보충제가 근육을 만드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량 운동 도구를 활용하는 등 저항 운동을 병행할 때만 효과가 있다는 게 문제다. 즉 근육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추가 섭취한 단백질은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2014년에 발표된 메타분석이 하나 있다. 연구자들은 14개의 무작위 대조군 실험에서 나온 데이 터를 분석했다. 무작위 대조군 실험은 실험 참가자의 절반에게 분말 유청 단백질을 섭취하게 하고, 절반은 위약 음료를 마시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저항 운동을 하면서 섭취한 단백질 분말은 제지방량(지방을 제외한 체중)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운동 없이 음료만 마신 경우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러 개의 연구를 비교할 때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연구 중에는 비만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있고,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 있으며, 또 젊은 헬스장 이용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2022년 발표된 최신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과체중이 아닌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 연구에서도 단백질 분말은 제지방량과 하체 근력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저항 운동을 병행하는 경우엔 그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벤치프레스를 할 수있는 능력에도 약간의 영향을 주었다.
다만 악력과 같은 다른 근력 테스트에는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단백질 보충제는 짧은 시간에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가루는 아니다.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연구를 검토한 저자들은 여전히 최적의 단백질 섭취량은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다만 65세 이상의 사람들이 적은 양의 단백질 분말 섭취만으로도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했다.
이 리뷰의 저자 중 한 명인 스튜어트 필립스는 20년 동안 식단이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그는 작년에 BBC 식품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주일에 4~5회 운동하며 추가 단백질을 섭취하는 사람은 작게라도 이점을 얻을 수 있지만, 일주일에 2~3회 운동하며 단백질을 추가로 섭취하는 사람은 최소한의 이점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프로 운동선수처럼 운동에 목을 매는 사람이 아니라면, 단백질 섭취가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다.그럼에도 아주 작은 효과라도 보기 위해 보충제를 먹고자 하는 이들은 '섭취 타이밍'을 궁금해 한다. 헬스장에 가기 전에 먹는 게 좋은지, 운동 후 근육이 회복되는 동안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은지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보충제를 섭취해야 할까
여기에 대한 논쟁도 있다. 유청 단백질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고, 식물성 단백질을 찾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2018년의 49개 연구 메타분석은 단백질 섭취 시기나 유형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할 때는 몸에 해가 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성분은 제품마다 다르다. 일부 보충제에는 단백질 뿐만 아니라 당과 향료, 비타민이 첨가되어 있다. 다량의 당분을 섭취하면, 혈당이 급상승하고 체중도 늘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건강한 젊은층들이 헬스장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켰는데 단백질 보충제가 원인일 수 있다"는 온라인상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개별 사례는 대상자의 심장에 원래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이에 대한 연구는 드물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많은 것을 알아내야 하는데, 그러한 연구마저도 거의 없다.
2020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연구진이 '네이처 메타볼리즘 저널'에 발표한 논문이 있는데, 이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했다. 연구진은 쥐에게 고지방 식단을 먹여 동맥에 혈류 흐름을 방해하는 퇴적물을 쌓이게 했다. 그리고 실험 대상 쥐의 절반에게는 3배 더 많은 단백질을 먹였다. 고지방, 고단백질 그룹은 체중이 많이 늘지 않았지만, 걱정스럽게도 동맥에 퇴적물이 30% 더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실험용 쥐에서 나온 결과를 '음료에 보충제 한 숟가락을 타먹는 젊은 사람'에게까지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이런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물론 매일 다량의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것이 심장이나 신장 또는 기타 신체 부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도 알 수없다.
일각에서는 단백질 보충제가 근육 증가와는 별개로 또다른 이점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9개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 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체중이더 많이 감소하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됐다. 그러나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과체중 또는 비만이었다. 때문에 건강한 체중의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레딩대학의 아그네스 페케테는 27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를 통해, 혈압이 조금 높은 사람이 유청 단백질을 추가로 섭취하면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31건의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한 새로운 논문에서도, 유청 또는 대두 분말을 섭취 하면 체내 염증의 두 가지 지표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이를 흥미롭게 주목하고 있다. 보통 노년기에 근육이 특히 약해지는 사람들은 체내 염증 수치가 높다. 때문에 단백질 보충제를 통해 이를 예방할 수 있는지 관심이 모이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과 함께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할 경우 소량의 근육량 증가 외에 또 다른 건강상의 이점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선 더 오랜 기간에 걸친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단백질 보충제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이 헬스장에 다니는 건강한 사람인지, 아니면 식욕이 적은 노인인지는.. 많은 영양학자들은 보충제에 의존하기 전에 음식에서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보면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 같은데, 우리는 그 이유 역시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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